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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29 16: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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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셔터스톡]


"자동차는 낮아야 제맛!"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들은 낮은 차체 설계를 선호한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등 명품 자동차 브랜드도 차폭에 비해 높이가 낮은 럭셔리 세단 설계를 선호한다. 차체가 낮아야 공기저항을 적게 받고 속력에 탄력이 붙어 '달리는 맛'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선형의 차체는 강한 남성성을 발휘한다. 승차감 못지않게 하차감(차에서 내릴 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도 뛰어나다.


사실 카를 벤츠가 1996년 세계 최초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카'의 특허를 신청한 이후 자동차는 1900년대 초반까지 대부분 영국 택시 '블랙캡'처럼 차체가 높았다. 그러나 포드가 1908년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통해 차체가 높은 모델 T를 대량 생산하면서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열고, 모터스포츠를 통해 달리는 맛을 향상한 쐐기 형태의 레이싱카들이 등장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는 낮은 차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와 달리 높은 형태의 자동차는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대신 둔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승객 및 화물 수송용 상용차에 주로 사용됐다. 차체가 높은 차는 폼 나게 타고 차를 타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천대(?)받는 반면 날렵하고 멋진 스포츠카나 명품 세단은 로망으로 여겨지며 대접받게 된 셈이다.


차체가 높은 SUV도 대중적인 모델로 처음에는 로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주행 성능(sports)과 공간 활용성(utility)이 있는 차량(vehicle)이라는 뜻인 SUV는 멋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SUV 시장을 처음 개척한 브랜드는 미국의 지프(Jeep)다. SUV의 원조로 대접받는 지프와 지프의 영향을 받은 영국 랜드로버는 SUV 다양화와 대중화에 기여하면서 시장 파이를 키웠다. SUV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포르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캐딜락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진출해 SUV가 대중적인 모델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중 SUV 시장에 이어 프리미엄 SUV 시장도 형성되고 모델이 다양해지자 전체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SUV 시장은 2010~2016년 연평균 17.7% 성장했다. 국내 SUV 시장도 2011년 20만 대 수준에서 매년 16% 성장했다. 내수 점유율은 2012년에 20%를 넘어선 뒤 2016년에는 30%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35%까지 늘었다.


SUV가 대세라는 분위기가 2010년대 들어 형성되자 재규어, 마세라티는 물론 SUV에 애써 거리를 뒀던 롤스로이스, 벤틀리, 람보르기니도 진출했다. SUV 시장에서도 3대 천왕 시대가 개막한 셈이다.


SUV 원조는 미군 지프


SUV 역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조는 지프다. 한동안 '4륜구동 SUV'를 브랜드 상관없이 모두 지프라고 불렀을 정도니 말이다. 지프는 제2차 세계대전에 기원을 둔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은 전차 개발이 금지되면서 4륜구동 자동차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가 1937년에 나온 G5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G5 등을 선봉에 세워 유명한 '전격전'을 펼쳤다. 막강한 기동력에 놀란 미군은 기동력이 4륜구동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자동차 개발에 나섰다.


1941년 등장한 지프는 작은 차체와 기민한 기동력으로 전쟁터에서 맹활약을 펼친다. 단순히 기동력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선 상황에 따라 화물·병력 수송, 부상자용 구급차 등으로 개조돼 다목적으로 활용됐다. 전쟁이 끝난 뒤 귀향한 군인들이 지프의 활약상을 전파하면서 승용, 레저용, 농·축산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됐다.


지프는 다목적용 자동차로 인기를 끌었지만 체구가 작아 공간 활용성이 부족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프 차체 크기를 늘려 왜건 형태로 만든 차량이 지프 왜고니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주행성능과 실용성을 모두 강화한 차량이 1984년 나온 지프 체로키다. 체로키 출시 이후 주행성능(sports)과 공간 활용성(utility)이 있는 차량(vehicle)이라는 뜻으로 SUV라는 이름이 본격 사용됐다.


지프는 '4륜구동 SUV의 세계화'에도 기여했다. 대서양을 건너 영국을 대표하는 오프로더인 랜드로버가 대표적이다. 영국군에 제공된 지프의 프레임에다 전쟁 때문에 부족해진 철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차가 랜드로버다. 국내에서도 19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됐던 구형 코란도가 지프의 핏줄이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 신진자동차와 동아자동차가 만들었던 국산 지프는 그 권리를 가지고 있던 미국 AMC의 CJ-6모델을 로열티를 주고 생산한 모델이다. 초기의 국산 지프의 앞 펜더 옆면에 'Jeep'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G5는 1970년대에 들어서 벤츠를 통해 G클래스로 부활했다. 1979년 극한의 오프로더로 첫 선을 보인 벤츠 G클래스는 진화를 거듭한 뒤 럭셔리 오프로더로 자리매김했다.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 SUV 등장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를 필두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이 한마디로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 SUV 시장 파이를 키웠다. 레인지로버는 랜드로버가 만든 프리미엄 SUV의 아이콘이다. 슈퍼카·럭셔리 브랜드들이 SUV를 내놓기 전까지 레인지로버가 럭셔리 SUV로 여겨졌다.


▲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출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는 지난 1970년 '레인지로버의 아버지'라 부르는 찰스 스펜서 킹의 주도 아래 만들어졌다. 뛰어난 오프로드 성능과 당시 랜드로버의 모기업인 로버 세단의 뛰어난 승차감 및 온로드 주행성을 겸비한 차가 개발 목표였다. 레인지로버는 뛰어난 온로드 주행성능과 승차감, 전천후 오프로드 주행성능,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인테리어로 인기를 끌며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렸다.


BMW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질적 변화를 일으켰다. BMW는 X1, X2, X3, X4, X5, X6로 구성된 SUV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다만 BMW는 이 X패밀리를 SUV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SAV(Sports Activity Vehicle)라고 따로 정의한다. SUV에 스포츠 세단 및 럭셔리 개념을 접목시킨 차로 기존 SUV와 다른 존재라는 자신감 때문이다.


▲ BMW X4M [출처: BMW]


이처럼 기존 장르로는 정확히 분류하기 어려운 차를 '세그먼트 버스터(Segment Buster)'라고 한다. 세그먼트 버스터의 출발점은 두 가지 이상 목적을 충족시켜준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치면 "짬뽕 먹을까, 짜장면 먹을까"라는 고민을 해결해준 '짬짜면'인 셈이다. 세그먼트 버스트는 편리한 기능과 독특한 디자인을 요구하는 소비자 성향, 맞벌이 가정 증가와 대가족 해체라는 사회적 현상,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 디자인과 설계 기술의 발전 등이 맞물리면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BMW는 SAV에 만족하지 않고 X패밀리의 맏형인 X6를 내놓으면서 다시 한 번 장르 파괴에 나섰다. X6를 SAV가 아닌 SAC(Sports Activity Coupe)라고 부른 것이다. 쿠페의 특징인 우아한 실루엣에 SUV의 장점인 실용성까지 지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포르쉐는 2002년 프리미엄 SUV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정통 스포츠카 브랜드로 '낮은 차'를 고수하던 포르쉐가 SUV를 내놨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첫 SUV인 카이엔은 폭스바겐 투아렉과 아우디 Q7과 플랫폼을 공유했다. 카이엔은 처음에는 혹평에 시달렸다. 영국의 자동차 방송 프로그램 '탑기어'에서는 “카이엔은 그냥 용서할 수가 없다”며 “자동차를 처음 보는 사람도 심각할 정도로 징그럽게 느낀다”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그러나 카이엔은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정통 스포츠카를 고수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던 포르쉐의 경영 위기를 살려낸 효자가 되었다. 스포츠카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가 SUV를 내놓게 만든 계기도 제공했다.


이탈리안 하이 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지난 2016년 100년이 넘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SUV '르반떼'를 내놨다. 국내에서는 대박난 TV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神) 도깨비'에서 공유가 타고 나와 유명해졌다. 그래서인지 '도깨비 SUV'로도 불린다. 르반떼는 “차는 낮아야 제맛”이라는 슈퍼카 마니아들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를 발휘하면서 실용성도 갖췄다. 르반떼는 마세라티 전체 판매대수의 1/3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프리미엄 SUV도 울고 갈 럭셔리 SUV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럭셔리 명차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두 브랜드는 폼 나는 명차이기에 도로에 나서면 황제 대접을 받는다. 도로에 나타나면 다른 차들이 알아서 비킨다. 아스팔트는 레드카펫이 된다. 험한 길을 달리는 험한 꼴도 겪지 않는다. '꽃길'만 달려온 셈이다.


그러나 꽃길만 걷던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는 2010년대 들어 고민에 빠진다. SUV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스포츠카 분야에서 명성을 썼던 포르쉐에 이어 재규어와 마세라티까지 SUV를 내놨기 때문이다. 벤틀리는 이에 2012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콘셉트카 EXP 9F를 공개하며 SUV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 그 결과물이 벤테이가다.


▲ 벤틀리 벤테이가 [출처: 벤틀리]


벤테이가는 지구 북반구에 넓게 펼쳐진 세계 최대의 침엽수림 타이가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에 있는 봉우리인 로크 벤테이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꽃길에서 벗어나 거친 숲과 산맥까지 점령하겠다는 벤틀리의 야심이 느껴진다. 벤테이가는 명차 브랜드 벤틀리의 첫 번째 SUV답게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고품격 SUV'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영국 크루 공장에서 장인들의 수작업과 첨단 설비를 통해 300시간에 한 대씩 제작된다.


6.0리터 트윈터보 W12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벤테이가는 최고출력 608마력, 최대토크 91.8kg.m의 힘을 발산한다. 현존 SUV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드라이브 모드는 온·오프로드 모드 합쳐 8가지다. 온로드 모드는 커스텀, 컴포트, 벤틀리, 스포츠 4가지다. 벤틀리 모드는 벤테이가에 최적화된 세팅이다. 오프로드 모드는 눈과 풀, 흙과 자갈, 산악, 모래 4가지로 구성됐다. 가격은 '억'이 기본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3억4500만원에 달한다.


롤스로이스도 벤틀리에 이어 브랜드 역사상 첫 SUV 컬리넌을 내놨다. 컬리넌은 1900년대 인도의 거친 산악 지형,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서도 독보적인 성능을 자랑했던 클래식 롤스로이스의 철학과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은 슈퍼 럭셔리 SUV다.


▲ 롤스로이스 컬리넌 [출처: 롤스로이스]


컬리넌은 SUV 세그먼트 최초로 '쓰리 박스(Three Box)' 스타일을 채택했다. 뒤편 수납공간과 탑승석 부분을 유리 파티션으로 완전히 분리해 엔진룸, 실내, 트렁크 3개의 독립 공간을 갖췄다. 쓰리 박스는 폭염과 혹한에서 트렁크를 열 때도 실내온도를 최적으로 유지해준다. 낚시용품, 스노보드, 암벽등반 장비 등을 적재할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 모듈'이라는 맞춤 적재공간도 있다. 버튼만 누르면 최고급 가죽 시트 한 쌍과 칵테일 테이블이 트렁크 공간에서 솟아오르는 '컬리넌 뷰잉 스위트(Cullinan Viewing Suite)'도 갖췄다.


컬리넌은 6.75리터 V12 트윈터보 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563마력, 최대토크는 86.7kg·m이다. '에브리웨어(Everywhere)' 버튼을 누르면 거친 트랙이나 젖은 잔디, 자갈길, 진흙길, 모래밭에서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 가격은 4억 6900만원부터다.


▲ 람보르기니 우루스 [출처: 람보르기니]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SUV '우루스'를 지난해 12월 출시했다. 우루스는 4.0리터 8기통 트윈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를 탑재했다. 람보르기니 모델에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 것은 우루스가 최초다. 높은 토크와 낮은 엔진 회전수를 요하는 오프로드 환경에서는 트윈터보 엔진이 최적의 엔진 반응력과 효율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고출력은 650마력, 최대토크는 86.7㎏·m다. 시속 0→100km 도달 시간은 3.6초로 '낮은 차' 뺨친다. 유럽 판매가격은 17만 유로(약 2억2000만원) 수준이다.


세상에 단 한 대, 맞춤형 SUV


“외관은 지금 입은 셔츠 컬러로, 시트는 속옷 컬러에 맞춰주세요. 아참, 시트 바느질은 이 가방처럼 해주시구요.”


자동차 소비자가 이런 주문을 한다면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돈을 얼마든지 준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정해둔 옵션에 없다면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 사지 않으려는 핑계로도 들린다.


그러나 안전과 법규에 문제가 없는 한 외관 컬러부터 바느질 방법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군말 없이 만들어주는 메이커가 있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다.


자동차를 철저히 수작업으로 주문 생산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몇 개월 기다려야 하지만 세상에 단 한 대뿐인 차를 만들어주기에 기다림은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 된다.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벤틀리 벤테이가 구매자들도 세상에 단 한 대뿐인 SUV를 가질 수 있다. 도플갱어(doppelganger,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생물체)를 용납하지 않고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만끽하게 해주니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영국 왕실, 중동 부호, 할리우드 스타 등 VVIP가 주요 고객이다.


두 브랜드 모두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현재는 독일 기술로 만들어진다. 자동차 산업 변화의 물결에서 영국의 자존심이며 세계 최고급 승용차라고 자부해왔던 롤스로이스는 독일 BMW와 같은 회사가 됐다. 롤스로이스와 함께 영국 럭셔리 스포츠카의 귀족으로 받들어져 왔던 벤틀리도 독일 폭스바겐으로 합병됐다.


자존심 센 영국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영국 입장에서 벗어나 바라보면 자동차에 관한 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지닌 영국과 독일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행운을 얻은 셈이다. 그 결과, 두 브랜드가 만든 주문제작 자동차는 최첨단 기술, 가치관, 미학의 총 집합체로 여겨진다. 단순히 값비싼 차가 아니라 '작품'으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스포크(Bespoke)는 롤스로이스를 명차 반열에 올려놓은 맞춤 제작 시스템이다. 영국 굿우드 공장을 떠나는 롤스로이스 중 똑같은 차는 단 한 대도 없다. 굿우드에는 자동차 공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베이어벨트나 로봇이 없다. 당연히 시끄러운 기계음도 들리지 않는다. 시트 바느질, 납땜, 광택 작업 등이 사람의 손을 거친다.


롤스로이스 차를 한 대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개월, 최대 6개월이다. '플러스 옵션제'를 선택할 경우 시간과 비용은 더 많이 든다. 중동 부호들의 경우 내장을 모두 금으로 씌워달라는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외장 페인트 색상 조합은 4만4000여 가지에 달한다. 인테리어 소재에도 한계가 없다. 내장가죽 작업에만 장인 60여 명이 투입된다. 소비자의 앉은키와 다리 길이, 취향 등의 데이터를 받아 한 대마다 450여 개의 가죽 조각과 200여 개의 패딩 부품을 사용해 시트를 만든다. 가죽도 최고급이다. 시트는 가시 철사 없이 탁 트인 고산지대 목초지에서 방목해 키워 흠집이 없는 황소 가죽만으로 만든다.


내부를 감싸는 무늬목은 전 세계 산림지대에서 조달한다. 마호가니, 오크, 엘름, 버드아이 메이플, 월넛, 피아노 블랙 등 6가지 중에서 선택해 6겹의 래커로 칠한 뒤 무늬 대칭이 꼭 맞게 짜 맞춘다. 이 과정에만 30일이 걸린다.


롤스로이스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양털 매트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키운 메리노 양의 털을 쓴다. 메리노 양털은 털의 밀도가 높고 품질이 일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태닝 작업에는 천연 미네랄워터를 사용한다. 지붕 아래쪽에 대는 안감인 헤드라이너는 순면 90%와 캐시미어 10%를 섞은 재질로 제작한다. 바닥 매트에는 캘리포니아산 어린 양털을 사용한다.


롤스로이스에 비스포크가 있다면 벤틀리에는 뮬리너(Mulliner)가 있다. 벤틀리는 영국 크루 공장에서 장인들의 손을 거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동차를 만든다. 뮬리너 옵션을 이용하면 원하는 이상과 취향대로 자신만의 차를 소유할 수 있다. 외관 컬러, 휠, 인테리어 트림, 베니어, 시트, 벨트, 카펫 등 선택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적용하면 10억 가지 이상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가죽에도 공을 들였다. 서늘한 유럽에서 자란 황소의 가죽을 쓴다. 모기에 물린 자국이 거의 없어 깨끗하고 가죽이 처지는 일도 없기 때문이다. 시트는 결이 고운 가죽을 사용한 뒤 벤틀리 고유의 다이아몬드 퀼팅 박음으로 마감했다.


빈티지 벤틀리의 상징인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 풍부한 가죽 냄새를 재현하기 위한 태닝공법도 개발했다. 크루 공장에는 목공 58명이 벤테이가에만 쓸 나무를 가공한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나무를 구하는 별도의 팀도 있다. 실내 표면은 목공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만든 15개의 베니어 마감재로 장식됐다.


최기성(매경닷컴 산업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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