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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의 형사법적 규제 가능성
  • 강현호
  • 등록 2018-11-19 12:07:20
  • 수정 2019-01-11 09: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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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셔터스톡]


암호화폐 판매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국내법적 근거가 없다는 견해가 있다. 형사처벌은 성문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암호화폐 판매자를 처벌하는 법률 규정이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에 기초한 주장이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잘 먹히는 주장은 아니다. 법은 추상적이어서 판단자가 해석을 통해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사기죄를 예로 들어보자. 형법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사람을 기망'하는 것인지 정하지 않는다. 전에 없던 새로운 행위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한다고 수사기관과 법원이 판단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법원은 사기죄로 기소된 암호화폐 판매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기술 자체에 기망의 요소가 없더라도 암호화폐 판매가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암호화폐의 가치, 환전 가능성, 활용 가능성, 수익보장 약정에 관한 사정을 종합해 암호화폐 판매가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 이 사례는 암호화폐나 토큰 발행이 투자자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경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기망의 징표 1: 암호화폐 투자가치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홍보


예를 들어보자. 갑은 일부 국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A를 채굴해서 판매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거래소 B를 만들었다. 갑은 거래소 B에서 통용되는 판매가를 정하고 매수자로 하여금 그 가격으로 암호화폐 A를 거래하도록 했다.


갑이 정한 암호화폐 A의 가격은 국제 거래소의 가격보다 최대 수십 배가량 비싼 경우도 있었다. 갑은 판매 과정에서 암호화폐 A는 비트코인과 교환이 가능하고 현금화하기도 쉬운데 그 사용성도 우수하여 엄청난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므로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홍보했다.


여기서 쟁점은 세 가지다. ▲갑이 장래에 암호화폐 A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이어서 투자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홍보한 행위 ▲암호화폐의 가격을 임의로 정한 행위 ▲환전 가능성과 활용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홍보한 행위가 매수자들에 대한 기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기망의 징표 2: 시장 거래가격과 크게 다른 암호화폐의 판매가격


갑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암호화폐 A의 판매자 및 구매자로서 가격을 정했을 뿐이고, 매수자들도 암호화폐 A가 국제 거래소와 거래소 B에서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자신이 암호화폐 A의 가격을 정한 것은 기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갑의 주장을 배척했다. 갑이 암호화폐 A를 '화폐'와 같은 환전 가능성과 활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홍보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화폐의 주 기능 중 하나는 가치척도로서의 기능이다. 화폐의 가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담보될 수 있는데, 갑은 국제 거래소와 연동이 제한된 거래소 B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A의 가격을 국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시세 보다 훨씬 비싸게 정하고 임의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국제 거래소에서는 암호화폐 A의 가격 등락이 있었음에도 거래소 B에서는 암호화폐 A의 가격이 계속 상승하여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한편 갑은 암호화폐 A에 대한 투자상품 설명서 등에 거래소 B의 판매 가격이 국제 거래소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화폐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암호화폐의 판매 가격은 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져야 하고, 그 경우 판매자가 임의로 정한 가격으로 암호화폐를 판매하면서 그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는 사실을 매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기망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망의 징표 3: 암호화폐의 현금화 가능성을 부풀린 홍보


갑은 매수자들에게 암호화폐 A는 국제 거래소에서 이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하여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할 수 있고, 매수자가 거래소 B에게 환전을 요구할 경우 바로 현금으로 환전받을 수 있으며, 가맹점에서 직접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법원은 암호화폐 A가 교환 및 가치저장 기능 등 화폐로서의 본질적인 기능을 갖추지 못해 공신력 및 통용력을 취득하기 전임에도 이를 전제로 용역, 재화 등의 교환이 가능한 것처럼 매수자들에게 설명했으므로 이를 기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갑의 설명과 달리 거래소 B의 암호화폐 A 판매 가격이 국제 거래소의 그것보다 훨씬 비싸 제값을 받고 비트코인과 교환할 수 없었고, 갑은 거래 수수료 외에 별다른 수익구조가 없어 다른 투자자들을 계속 유치하지 않는 이상 암호화폐 A를 구매한 자들이 환전을 요청하는 경우 이들에게 바로 현금을 지급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직접적인 결제 시스템 구축도 실패했으므로 교환 기능과 가치저장 기능 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매수자가 암호화폐를 별다른 가치 저감 없이 시장에서 쉽게 환전할 수 있거나, 판매자가 환전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환가성과 활용성을 내세운 암호화폐 판매는 기망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기망의 징표 4: 능력 없는 수익 보장 약정


갑은 투자금에 대해 3개월 만기일 경우 투자원금의 1.8% 내지 2.3%를 매월 이자로 지급하고 12개월 만기의 경우 투자원금의 2.5% 내지 3.0%를 매월 이자로 지급하는데 이를 암호화폐 A로 지급해준다고 홍보했다. 갑은 매수자들로부터 수수한 암호화폐 투자금을 투자원금 반환, 회사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


법원은, 갑이 다른 재산이나 수익금이 없어 지속적으로 코인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는 이상 암호화폐 A를 현금으로 환전하여 반환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고, 갑이 암호화폐A로 투자원금에 대한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를 거래소 B에서 회원들 사이에 거래하는 것 외에는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갑의 수익보장 약정이 기망에 해당한다는 취지라고 생각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법원이 매수자들이 갑으로부터 받은 암호화폐 A를 현금으로 환전할 방법이 있는지를 판단한 부분이다. 이는 판매자가 매수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더라도 그 암호화폐가 현금으로 환전될 가능성이 없다면 판매자가 수익보장 약정을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해석한 것이다. 암호화폐의 지급만으로는 법률관계가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도 역시 '거래'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상품거래와 마찬가지로 판매자의 신용과 능력, 상품의 객관적 가치 평가가 중요하다. 거래의 목적물이 신기술의 출현에 따른 새로운 것이라고 하여 거래의 핵심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 판매자를 사기죄로 처벌한 위 판결은 우리 수사기관과 사법기관도 암호화폐 거래를 일반적인 '거래'로 취급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송심근(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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