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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05 13:55:46
  • 수정 2018-10-05 14: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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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셔터스톡]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ICO로만 200억 달러의 자금이 모였다고 한다. ICO가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들은 ICO로 비교적 단시간에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큰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경영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규제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ICO를 위해서는 백서(white paper)에 자사 사업에 대한 비전과 기술 실현 방안을 작성하면 일단 ICO의 모양새를 갖춘다.


문제는 백서에 작성되는 블록체인 기술 설명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30쪽도 채 되지 않는 백서에 난해한 수식이 등장하면 이해는 둘째고 일단 뭔지 모를 막연한 신뢰감이 들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ICO의 성공 가능성은 기술의 실현 가능성보다는 언론 보도, 프로젝트 참여자의 면모, 홍보에 달려 있기도 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들을 틈타 기존 ICO 프로젝트의 백서를 베껴서 별다른 기술이나 성장동력 없이 무분별하게 ICO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가짜 ICO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비트코인 시세 폭등으로 인한 ICO에 대한 꿈 같은 기대가 이러한 현실과 맞물려 발생되는 문제가 바로 '스캠(Scam) 피해', 즉 소비자 보호 문제다.


다른 나라는 어떻게 ICO를 규제할까?


스위스와 싱가포르: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는 선두주자들

ICO 관련 법안 처리가 세계적으로 더딘 이유는 아무래도 그 성격을 규명하는 문제가 한몫하는 것 같다. 규제 대상을 최소한의 정의로 설명해야 하는데, ICO의 경우 기존 제도 내에서 곧바로 포섭할 수 있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미 모집액 규모 기준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국가들은 ‘가이드라인’을 정비하여 규제하고 있다. 그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법의 역할을 대신한다.


스위스금융시장감독기구(이하 FINMA)의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모든 나라의 ICO 규제의 정석이 되었다고 본다. ICO를 진흥시키려는 국가들은 모두 FINMA의 가이드라인과 유사하게 규제의 틀을 마련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INMA 가이드라인의 주 내용은 무엇보다도 토큰을 그 경제적 기능에 근거해 지불형 토큰(Payment tokens), 유틸리티형 토큰(Utility Tokens), 자산형 토큰(Asset Tokens)으로 나누는 것이다. 자산형 토큰의 경우 증권(Securities)으로 취급해 스위스 증권 관련 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즉, 회사의 지분이나 이익분배권과 같이 재산적 가치를 가진 토큰의 경우 증권으로 해석하고 규율하는 것이다. 반대로 증권성을 띠지 않는 토큰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가이드라인 역시 FINMA의 그것과 비슷하다. 특이하게 ICO로 발행되는 디지털 토큰을 정의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토큰은 '토큰의 보유자가 이익을 받거나, 특정한 기능 수행의 권리를 가지는 암호화 표상의 형태'로 정의된다.


스위스와 마찬가지로 토큰이 증권에 해당될 경우 싱가포르 증권선물법을 적용하는 규제 절차를 둔다. 처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ICO가 더 많이 진행되면서, 증권선물법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사유나 거래소 관련한 사항을 담은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시장 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브롤터와 몰타: 법안을 직접 만들어 규제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가이드라인을 두고 기존 법률 규정을 적용해 ICO를 규제하고 있는데, 요즘 ICO 하기 좋은 국가로 떠오르는 일부 국가는 아예 ICO와 관련된 새로운 법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지브롤터의 경우 현재 법안 표결 최종 단계에 들어섰고, 현재까지 35개의 관련 기업이 인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금까지는 올해 3월 발표된 토큰 규제(Token Regulation) 가이드라인으로 규제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하지 않고 '상품의 선판매'로 본다. 지난 3월 정부 발표 가이드라인으로 새로이 마련될 법안은 '투자자 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내용인데, 그 핵심은 '현지 스폰서 제도'를 도입해 ICO 과정에서 거치는 법률적 절차 준수를 감독하고 정부에 보고토록 하는 것이다. 나아가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모든 투자자들에게 충분하고 정확한 균형된 정보를 공개하라는 규칙 포함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브롤터가 꾸물거리는 와중에 몰타는 유럽 국가 중 암호화폐에 관한 법제화를 이룩했다. 6월 몰타 의회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3개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ICO를 비롯한 블록체인 관련 산업 규제의 틀을 확립했다. 특히 그중 가상금융자산법(Virtual Financial Assets Act, VFAA)이 ICO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이 법에 따르면 ICO는 '발행자가 가상 금융자산을 발행하고, 이를 자금의 교환으로서 제공하는 자금조달방법'으로 규정되는데, 법안에서는 ICO가 아닌 'Initial VFA offering'으로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VFA(Virtual financial asset)란 통화 기능을 하는 디지털 매체 기록을 의미하는데 유틸리티 토큰과 함께 규제가 없는 가상토큰은 제외되는 개념이다.


몰타에서 ICO를 하려면 필수적으로 몰타 금융서비스 당국에 등록한 일종의 감독기관인 'VFA agent'를 지정해야 한다. 이들은 발행인들에 법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감독하고, 서류를 당국에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대한 세부사항(백서의 책임소재와 요약, 기술, 발행인의 인적사항 등이 담겨야 한다)이 담긴 백서를 의무적으로 발간해 관할 당국에 공개되기 10일 이전에 제출하여야 하고, 이때 기업의 재무정보도 필히 공개하여야 한다.


백서에 포함될 정보로는 수집된 자금의 사용법 및 실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작성해야 한다. 발행인 이사들의 준법확인서도 요구한다. 또, 허위광고와 과장광고를 금지하는 내용도 규정되어 있다. 발행인은 정직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투자자와 소통하고 적절한 주의를 다하여 사업을 운영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준수사항도 담겼다. 나아가 백서에 포함된 허위진술로 인하여 타인에게 금전적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를 통해 몰타는 ICO 법인을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규제할 수 있다. 면허 요건이나 절차, 의무가 높은 강도로 설정되어 있는 면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ICO 진흥을 염두에 둔 소비자 보호 법안으로 보인다.


태국과 필리핀: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

태국에서 암호화폐는 국왕령에 의하면 '디지털 자산'으로 규정된다. 태국의 ICO 토큰 발행자는 사업 개시일 또는 토큰 발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사업을 등록해야 하며 태국 재무부로부터 디지털 자산사업 운영을 승인받아야 한다.


최근 태국은 디지털 자산사업 조례(Digital Asset Business Decree)를 통과시켰는데, ICO 절차를 공식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ICO를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SEC 심사를 거치기 전에 온라인 플랫폼인 ICO 포털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포털 등록을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자본금으로 등록할 수 있는 태국 사업체여야 한다는 점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든 ICO는 정부가 제시한 7개 화폐(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라이트코인, 리플, 스텔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필리핀의 경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규제 초안을 발표했는데 필리핀 국민에게 토큰 판매를 하고자 하는 ICO 기업은 ‘기초 자산평가 요청서’를 프리세일이 진행되기 90일 전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당국이 토큰의 증권성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도록 하는 절차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절차 면제 규정도 두는데, 20인 이하의 개인 또는 기관투자자를 상태로 한 ICO인 경우 절차가 면제된다. 이 역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암호화폐를 보는 입장에 따라서 각 나라의 규제는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모두가 기본적으로는 건전하고 발전적인 ICO의 진흥을 뒷받침하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는다. 즉,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두고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을 내거나 법령을 만들어 규제를 취한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떤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제, ICO와 암호화폐의 성격 규명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암호화폐 거래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거래의 투명성 확보와 투자자 보호는 법안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닐 테니 말이다.


신채은(법무법인 충정 Tech & Comms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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