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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9-07 14:36:11
  • 수정 2018-09-07 14: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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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니우스 전경 [출처: 셔터스톡]


유럽 발틱해 연안의 작은 나라인 리투아니아. 인구가 288만 명에 불과한 이 나라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새로운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틱 3국'으로 불리는 이곳은 사실 한국에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국가 명칭이 라트비아와 유사하다 보니 두 나라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를 방문한 필자는 리투아니아의 발전상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유럽 최초로 블록체인 협업 공간인 '블록체인센터'를 유치한 것은 물론, 중앙은행까지 나서서 블록체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 때문이었다.


2018년 초부터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은 'LB체인(LBChain)'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은 'LB체인'이 참여자에게 블록체인 규정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는 기술적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은 이와 함께 고전적인 화폐 개념에서 벗어나 '디지털 콜렉터 코인(Digital Collector Coin)'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디지털 코인은 블록체인 또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렉터'라는 말이 붙은 것은 문자 그대로 소장 목적이지 화폐와 같은 유통 목적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리투아니아는 EU 회원국이면서 유로존 국가이기도 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ICO 등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입장인 것을 고려해 일단 소장 목적으로 코인을 발행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런 형식으로 중앙은행이 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리투아니아 중앙은행 이사회 멤버인 마리우스 유르길라스(Marius Jurgilas)는 지난 3월 '디지털 콜렉터 코인' 계획을 공개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보다 합법화된 틀 속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면 리투아니아로서는 최고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고 투자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나서서 ICO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매체 '발틱비즈니스쿼터리'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35개 스타트업은 2017년 한 해 ICO를 통해 5억 달러의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일본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2017년 설립된 리투아니아 스타트업인 '뱅케라(Bankera)'는 1억52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전 세계 ICO 역사상 6번째로 큰 규모로 리투아니아 스타트업들이 이제까지 펀딩한 금액 합계보다도 큰 금액이었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미래형 은행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최근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니우스(Vilnius)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이라고 불리는 '블록체인센터'를 찾았다. 네리스(Neris) 강변에 위치한 현대식 건물 속은 생동감이 넘쳤다. 이곳 CEO인 에글레 네메이크스티테(Egle Nemeikstyte)는 자신감이 넘쳤다. 네메이크스티테 CEO는 "상하이, 멜버른에 이어 EU에서 처음으로 빌니우스에 블록체인센터가 생긴 것만 봐도 리투아니아의 블록체인 열기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빌니우스에 있는 블록체인센터 [출처: 매일경제]


네메이크스티테 CEO는 "블록체인센터는 블록체인 코워킹 스페이스를 넘어서 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기능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리투아니아 블록체인 기업들의 펀딩 금액이 5억 달러가 넘은 것은 아시아 투자자와 기업들이 리투아니아를 유럽 진출의 루트로 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특히 리투아니아가 블록체인 사업 진흥을 위해 많은 제도적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투아니아가 조성한 환경에서 태어난 스타트업들은 핀테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위파워 네트워크(WePower Network)'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대량의 에너지 계약을 토큰화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했다. 수많은 에너지 계약을 작은 조각으로 나눠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전력망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아날로그식 솔루션에 머무르는 것들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상반기 ICO를 통해서 40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에너지 분야 ICO에서는 역대 최고 규모다.


'데시코(Desico)'라는 기업은 세계 최초로 보안성을 강화한 ICO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구축한다. 연내 ICO를 통해서 약 3200만 달러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 기업은 리투아니아가 정부 차원에서 강력히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데시코는 1550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다. 데시코는 세계 최초로 합법적인 틀 내에서 시큐리티 토큰을 발행하고 사고파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재무부 장관인 빌리우스 사포카(Vilius Sapoka)는 "리투아니아는 발틱-노르딕 지역에서 미래 핀테크 산업의 리더가 되기 위해 투명하고 합법적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필요로 하며 이미 여러 규제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투아니아는 EU에서 최초로 합법적으로 ICO를 규율하고 있으며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한 법체계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가 이렇게 ICO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고 나선 것은 리투아니아처럼 작은 나라도 블록체인 시대에는 새로운 투자의 생태계, 새로운 기업 활동의 생태계의 허브가 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리투아니아가 블록체인 시대에 도약하고 있는 것은 양질의 우수한 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은 53%(25~34세)로 EU 국가 중 1위다. 인구 대비 대학교 학부 과정에서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전공한 비중은 EU 국가 중 3위다.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제경쟁력지수에서 기술력은 세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학능력도 탁월한 편이다. 젊은 전문직 중에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 비중은 84%이다. 전 인구의 절반이 최소 2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는 편이다. 디지털 인프라 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환경을 구축했다. 로튼(Rotten) 와이파이 조사에서 리투아니아가 공공 와이파이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무선 인터넷 속도, 모바일 4G 커버리지 등도 EU 국가 중 1위다.


필자는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기간 동안 또 다른 의미 있는 미팅을 가졌다. EU 28개국 중 최연소 장관인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시우스(Virginijus Sinkevicius) 리투아니아 경제부 장관을 인터뷰한 일이었다. 그는 1990년 생으로 올해 나이가 불과 28세다. 유럽에는 전반적으로 젊은 리더가 많지만 20대 장관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이었다. 에스토니아의 유리 라타스 총리가 1978년생이라서 한 번 놀란 적이 있었는데, 신케비시우스 장관처럼 젊은 리더는 처음이었다.


▲ 비르기니우스 신케비시우스 리투아니아 경제부 장관 [출처: 매일경제]


신케비시우스 장관은 리투아니아가 디지털 선도국가로 도약한 배경에 대해 "석유·천연가스와 같은 자원이 없었고 오직 사람, 그리고 그들의 지혜만 있었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소련 시절에 길들여진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개혁을 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이전에 국가를 지배했던 소비에트 경제는 자유시장경제로 변화했고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지식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부각됐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가 블록체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이런 열린 마인드가 키워낸 토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케비시우스 장관은 "블록체인은 전 세계가 가진 공통의 문제를 투명하고 안전하게 바꿀 것"이라며 "의료 데이터, 비즈니스 솔루션 등을 블록체인에 저장하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주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스타트업 비자' 제도를 도입해 전 세계 우수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스타트업 비자는 2017년 2월 도입됐다. 이 제도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이민을 아주 간단하게 만드는 제조다. 사전 신고를 통해 최대한 절차를 디지털화하고 입국과 동시에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케비시우스 장관은 "스타트업은 머리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다만 이들이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패를 소중한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 "ICT 분야에서 선도 국가로 리투아니아와 협력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직항편이 개설되어 양국의 인적 교류가 늘어난다면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경에 리투아니아에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저렴한 물가다. 리투아니아의 1인당 GDP는 1만9500달러 정도로 현지 체감 물가는 한국의 2/3 수준이다. 빌니우스는 EU 국가의 수도 중에서 외국인 물가가 5번 째로 낮은 도시다. 이런 환경 속에서 블록체인이라는 '빅 웨이브'를 만드는 리투아니아가 어떤 혁신을 가져올지 기대된다.


<매일경제>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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